W. 연
이건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이성이 아닌 동성이 대상이라는 사실부터가 평생 숨기고 싶은 부분이다. 딱히 그런 스스로를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도 사회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배척하는지는 눈대중으로라도 아는 카게야마였다. 어지간하면 조용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쓸데없는 간섭 없이 살고 싶었다.
"으…흐윽."
크게 몸이 한 번 들썩이며 엉켜있던 다리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대로 뭉그러진 두 몸이 일제히 숨을 멈추더니,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시트 위로 나동그라진다. 허억, 허억, 하고 칼칼한 숨소리가 한동안 방 안에 울렸다. 한껏 힘을 주고 뒹굴었던 게 거짓말인 듯 온 몸에는 탈력감만 남았다.
"하아, 하아……."
위에서 구르듯 내려온 남자는 땀으로 얼룩진 제 얼굴을 한 손으로 천천히 쓸어 내렸다.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숨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얼마 숨을 고르고 나서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 제 밑에 깔려있던 남자를 돌아보며 말을 건다.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데, 우리 오래 가면 안 돼?"
"내 대답은 똑같은데."
"앙칼지긴. 이름도 못 가르쳐 줘?"
"생각 없어. 같은 사람 두 번은 안 만나."
처음 제안을 받아들이던 당시에도 '나는 연애는 안 해.'라고 했던가. 참으로 당돌하고 대담한 말이었지만 우습지는 않았다. 원나잇 상대에게 일일이 이름을 알려 줄 필요도 없고, 애프터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도 당연히 없다. 이런 사회에서 남색이라는 취향이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지름길은 그런 단순한 공유에서부터 나오는 거지, 달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카게야마는 특히나 그런 문제에 예민했다. 남자는 알만하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원래 미인은 외로운 법이지."
"……."
"나도 그래."
농담치고는 제법 진지한 말투여서 카게야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힐끔 남자 쪽을 돌아보았다. 바에서 만난 남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워낙 자신감이 흘러넘치다 못해 자뻑 수준이기는 했다. 그래도 제법 카게야마의 타입에 잘 부합해서 흔쾌히 하룻밤을 허락한 거였고. 카게야마의 입장에서는 사실 상대방이 소심하건 대범하건 아무래도 좋았다. 하는 순간에만 잘 하면 된다. 그리고 여태 그를 가장 잘 만족시키는 것은 대부분이 후자였고, 그러다 보니 만나는 인간들마다 거의 나 잘났다 광고는 잘 하는 편이다. 뒤처리가 구리지도 않고 깔끔하다. 성질이 좀 더럽더라도 이편이 카게야마에게는 나았다.
그가 더 떠들어대기 전에 카게야마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리 협탁에 갖다 뒀던 대야에서 물수건을 꺼내다 대강 몸을 닦은 뒤 굴러다니는 옷을 하나 둘 주워 입기 시작한다. 여태 노곤하게 누워있던 남자가 그 등을 보고 말을 걸었다.
"가려고?"
"호출 오기 전에 가야 돼."
"부지런 하네~ 여전히 내 제안은 무시야? 응?"
자켓만 팔에 걸친 뒤 막 나가려는 참에야 카게야마는 뒤를 돌아보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의 실루엣이 빛이 들어오는 부분만이 선명하고 가늘게 보인다. 팔을 턱에 괸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홍차빛의 눈동자가 여전히 달콤하게 휘어진 채였다. 처음 자신을 유혹했을 때와 같은 미소에도 카게야마는 무덤덤했다. 그의 말은 바뀐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딴 남자 알아봐."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이에. 냉담하게 던진 뒤 카게야마는 등을 돌려 낡은 여관을 나가버렸다.
여관의 출입문이 철컹, 철컹 닫히는 소리가 멀리 들리는 것을 들으며 홀로 남은 남자는 한동안 말없이 닫힌 방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입가에 맺힌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원래도 별로 깨끗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더 심해졌다는 걸 몸으로 실감한다. 도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연쇄살인마가 카나가와로 도주 중이라는 뉴스가 뜬 이후로는 눈에 띄게 흉흉해졌다. 밤만 되면 시끌벅적해지던 시내는 사람이 반으로 줄었고 그 반은 경찰들이 채우고 있었다. 현내에 있는 노련한 경찰과 형사들을 다 끌어 모아도 불안하다는 판에 한 사람이 맡는 일도 만만치 않은 편이었다. 이미 세 번이나 순찰을 다녀온 카게야마는 몸보다는 정신이 더 지쳐있었다.
"하아."
순찰 루트를 돌아오는 길, 허가를 받아 잠시 근방의 편의점으로 나왔다. 동행한 후배 녀석은 이미 지쳤다고 차에서 쓰러져 있었다. 졸음운전이라도 할까봐 잠깐 쉬자고 한 거였는데 정답인 듯싶다. 막 사고 나온 요구르트를 한 큐에 비운 뒤 솜씨 좋게 쓰레기통으로 던진다. 차에서 보낸 시간이 길다 보니 한밤중의 찬 공기를 마시는 것도 간만이었다. 다른 동료들이었다면 여기서 담배나 한 대 피우고 들어갔겠지만 카게야마는 비흡연자다. 다른 것 없이 이 공기만이 필요했다.
이제 또 서로 돌아가는 대로 순찰 중에 모은 자료를 토대로 회의를 한 번 거칠 것이었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도쿄 쪽과 입씨름도 벌일지 모른다. 목격자들의 몽타주도 도통 맞물리질 않아서 도쿄나 이쪽이나 허탕을 거하게 쳤으니 양쪽 다 민감해져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피곤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의미도 없는 소모전인지라 그걸 감당하고 발로 뛰어야 하는 쪽에서는 짜증을 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면 카게야마는 또 남몰래 유흥가로 숨어드는 것이다.
……문득 그 남자에게로 생각이 미친다.
취향이 이쪽이라는 걸 자각한 지는 꽤 오래 됐다. 고등학교 때의 선배가 첫사랑이었다. 사랑이라고 해도 고백도 하지 않았고, 물 흐르듯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졸업했지만 계기를 마련해 준 사람의 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스스로가 깨달은 이후부터, 카게야마는 철저하게 제 본심을 감추고 지냈다. 남자가 아니면 안 되는 몸으로 사회에 녹아 살아가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보통 원나잇 상대야 등을 돌리면 잊어버리는데, 그 남자는 잊을 만하면 생각이 났다. 마주치면 절대로 피하지 않는 빛깔 좋은 검붉은 눈에, 여자들이나 다른 남자들이 본다면 보통 잘생겼다고 평가를 내릴 정도의 미남이었다. 미의 기준에 별 생각이 없는 카게야마인지라 자각이 없을 뿐, 그만큼 미형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거다. 말재주도 좋고 행동도 시원시원했다. 인상적일 만큼 솜씨도, 속궁합도 괜찮았다. 남의 잠자리 스킬을 품평하는 취미는 없지만 돌이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리 된다. 여러모로 조건만 맞았다면 그의 애프터를 승낙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그게 현실이 되는 일은 없다. 괜찮은 남자여도 하루를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원래 미인은 외로운 법이지. 나도 그래. 시시껄렁한 농담─전혀 농담 같지 않았어도─을 내뱉으며 보인 미소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즈음, 자켓 주머니에서 호출용 핸드폰이 울렸다. 어지간해서는 울리지 않는 전화인지라 재빠르게 받았다.
"네, 미우라 선……."
「카게야마!? 지금 어디에 있어!」
받자마자 쩌렁쩌렁 튀어나오는 목소리에 카게야마가 본능적으로 움츠러든다. 뭐가 잘못 됐나? 무슨 일이지.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딱히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다급한 음성으로 묻는 판에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대답했다.
"저, 5구역 살짝 비껴 나왔는데. 이쪽의 로손이요."
「방금 4구역 유흥가에서 난도질당한 시체 하나 나왔어! 정확하게 2분 전에!」
카게야마의 눈동자가 굳었다.
「지금 그 일대 싹 다 포위하는 중이고, 도주 구간에서 5구역이 가장 가까우니까 거기 사거리 중심으로 너도 빨리 움직여! 니시노야도 방금 그 쪽으로 보냈으니 얼른!」
"예, 예!"
전화는 빠르게 끊겼다. 카게야마도 급하게 전화기를 품에 집어넣은 뒤 차를 대 놓은 곳으로 달음박질하기 시작했다.
편의점이 있는 곳까지는 차를 끌고 가기가 애매해서, 실질적으로 차를 대 놓은 주차장은 꽤나 떨어진 곳이었다. 빨리 차로 돌아가서 후배를 깨우고 니시노야와 연락하는 게 급선무다. 아마 지금쯤 그도 연락을 받아서 깨어있으리라는 희망을 걸고 카게야마가 이를 악물며 주차장 쪽으로 전력 질주를 하던 때였다.
"───?!"
마지막 골목을 막 빠져나오려는 순간 구석에서부터 불쑥 무언가가 제 팔을 낚아채가는 것에 카게야마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놀라서 저항할 틈도 없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콘크리트 벽에 거칠게 밀쳐지며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아 뼈아픈 신음이 샜다.
"크……! 뭐, 뭐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내뱉으려는 말도, 숨도 고를 틈도 없이 입술이 틀어막혔다. 이번에야말로 카게야마는 경악스럽게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입을 틀어막은 감각이 손이 아닌 다른 말캉한, 상대방의 입술이었기 때문이다.
"……?!"
카게야마는 당황을 감추지 못하며 급하게 몸을 버르적거렸다. 거칠게 부딪쳐 온 것 치고는 제법 능숙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사적인 만남 이외에서 이런 식으로 치한을 만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맞닿는 몸의 감촉도, 제 고개를 뒤로 꺾어 올리는 높이도 여자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니 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카게야마가 더 버둥거리기 전에 그의 허리를 끌어안아 제 품으로 바싹 당겼다. 자연스레 거리가 좁혀지면서 카게야마가 밀어내는 것에도 한계가 온다. 밀착한 몸에 이어 등과 허리를 감싼 손이 애무를 하듯 위아래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키스 역시도 농염해지니 저항할 구석을 크게 잃은 카게야마도 빠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으응, 으……응."
이상했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닌데, 맞닿는 아랫도리도 솔직히 불쾌할 상황인데,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키스가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기분이 든다. 동시에 이런 식으로 제 몸을 멋대로 만지는 손의 감각도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그가 만지는 대로 몸을 부비며 키스에 응하고 있는 카게야마였다.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응…하아, 하……."
남자의 혀에 좋을 대로 농락당한 뒤에야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안 그래도 전력으로 뛰어서 산소가 모자랐던 카게야마는 제대로 저항할 힘을 완전히 상실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런 그가 바닥에 주저앉기라도 할까봐 남자의 팔이 그를 안아 고정해 준다.
"……!!"
한참을 헐떡거리며 숨을 고른 뒤에야 카게야마는 지금의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으로 남자를 밀쳐낸 카게야마가 다급하게 남자와 마주 서며 그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의외로 순순히 밀려났다.
"뭐……하는, 놈이야?!"
예상했던 대로인지 아닌지 당장은 무응답이다.
어둠 속인지라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만 이 녀석을 그냥 두고 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이를 갈며 방금 전까지 남자에게 붙들려 있던 제 팔을 매만지던 카게야마가, 은근히 손가락 끝을 적시는 끈적끈적한 감각에 의아한 듯 제 손을 거두었다. 눈앞에 바싹 손을 가져가 그 향과 색을 확인한다.
비릿한 쇠 냄새를 가진 끈적한 액체가 손에 배어있다. 피라는 사실은 금방 알았다. 다만 자신의 피가 아니라는 점이 한층 더 심각했다. 이상하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방금 전까지의 통화 내용이 귓가에서 아른거렸다.
시체는 난도질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살해당한 지는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용의자는 4구역에서 5구역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그렇기에 미우라는 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노라 전했던 거다.
그러면, 이 피는, 어쩌면.
"미인은 외로운 게 당연하지만, 말야."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그가 입을 연다.
"이런 곳에서 정말 혼자 있으면 어떡해."
"……!"
남자가 내뱉는 말에 멍하니 있던 카게야마가 어깨를 떨며 놀라버린다. 그제야 카게야마는 눈 앞에 있는 남자에게서 피냄새가 진동한다는 걸 알았다.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키스하며 제 몸을 끌어안고 부비는 사이에도 그 피냄새가 배어버렸다는 것도. 그러나 무엇보다 카게야마를 가장 놀라게 만든 건 지금 입을 연 남자의 목소리였다.
어둠에 익숙해진 카게야마의 눈이 차츰 상대의 실루엣을 선명하게 인식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네가 너어─무 마음에 들었거든. 너 같은 미인이랑 하루만 놀고 헤어지라니 말도 안 되잖아. 형사님이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지만."
이 목소리와 언젠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름도 안 가르쳐 주고. 일부러 숨긴 거야? 카게야마 토비오 형사님?"
이 벽돌색의 머리칼을 언젠가 어둠 속에서 한 번 마주한 적 있다.
"……아니면 내가 찾아주길 바랐을까?"
달콤하게 휘어진 홍차빛의 눈동자도, 분명히 본 기억이 있었다.
카게야마는 황망하게 입을 벌린 채로 눈앞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 것 자체가 웃을 수도 없는 우연이었다. 장난으로 여길 수 없을 정도로 남자의 손에 축축이 배어있는 피라든가, 상상도 못했던 악력, 방금 전까지 제 입속을 담대하게 휘저었던 혓바닥에서도 피 냄새가 옮은 것 같았다. 요구르트의 맛은 어느 새 입 속에서 싹 사라져 버렸다.
"……윽."
어느 새 몸이 가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이 남자를 당장 이 자리에서 붙잡을 힘이 없음을 본능적으로 눈치 챘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총에는 당장은 공포탄밖에 채워 넣지 못했다. 설령 실탄이 있다고 한들 이 거리에서는 총을 꺼내기도 전에 손가락이 잘려버릴지도 모른다. 눈앞의 남자는 그저 웃으며 서 있을 뿐인데도 카게야마를 억누르는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자켓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받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카게야마를 보고, 남자는 다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몸을 뺄 틈도 못 찾고 멱살이 붙잡혀 끌어 당겨졌다.
"헉……!"
"우리, 다음에 또 보자. 토비오?"
마치 연인에게 그리하듯 달큰하게 속삭인 남자는 그대로 카게야마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카게야마는 치직,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져 버린다. 남자의 다른 손에 들려져 있던 작은 스턴건이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것을 갈무리해서 집어넣은 남자는 쓰러진 카게야마의 얼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살짝 쪼그려 앉았다.
“금방 다시 만날 거야.”
또 보자. 남자는 그가 완전히 기절한 것을 확인한 뒤 다시 한 번 입을 맞추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이렌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으니 가까운 곳에 들어가서 옷이라도 갈아입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차근차근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그는 보다 더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오이카와 토오루와의 질긴 악연은 아마 여기서부터, 였다.